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IT 회사를 창업 후 근 15년간 개발과 서버 관리 일을 하다 뜬금 없이 지금은 어선 어업을 5년째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신기술을 공부하고 그 많은 서버들을 관리하는 일이 그렇게도 재미있다가 어느 한 순간 싫어지며 전공했던 IT 쪽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올해는 유독 장마 시기에 거친 날씨까지 겹쳤는데 근 2주간 바다에 나갈 수 있는 날이 없을 걸 용케 눈치 채고 평소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노트북을 열어 이 곳, 도메인을 등록하고 후다닥 만들어 내용을 채우는 중이다.
Can Do Attitude, 긍정의 자세를 드디어 가지게 되다.
어선 어업에 뛰어든지 4년차였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2-3일만 바다에 나가지 못해도 바다와 날씨를 원망하며 속으로는 화를 참 많이 냈었는데 드디어 조금 노련해진 것인가… 조바심과 분노가 미처 싹 틔우지 못하도록 올해는 미리 다른 일에 빠져들었다.
바다가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인데 화를 품어 보았자인것이고 이렇게 저지른 일을 쳐다보느라 그럴 틈도 없다.
바다에 나가면 대화 상대가 없으니 혼잣말 겨우 몇 번으로 하루를 꼬박 보내는 게 일상이었는데 뭐라도 쓸 공간을 만든 것과 이렇게 비수기에는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노트북.
개발자들은 역시 그 분야에서 열정과 호기심이 끊임없이 넘치는 자들임이 틀림없다. 그런 사람이 개발자를 해야 한다.
백지 상태에서 하나씩 재빨리 만들어보려다 리퍼런스 삼아 설치해 본 워드프레스는 이전의 나와는 달리 지치지도 않는 열정적인 개발자들이 이미 눈부신 최신 기술들로 만들어두었다. 필요한데 찾을 수 없는 부분만 만들면 된다.
비록 누군가 노후 대비를 위해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영상을 보고 이마를 탁 치며 혹시나 하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막상 해보니 “에이 수익은 무슨…” 과 같은 생각이 사실 열두번도 더 든다.
선구자
이 세계에 발을 살짝 들여 놓자마자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건
항상 의문이었던 인터넷 상의 수많은… 의미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던 블로그들의 존재 이유와
마냥 엄근진 해야만 할 것 같은 언론 사이트들이 왜 그렇게 해괴한 광고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는지다.
이렇게 직접 접해보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대한 산업이었던 것…
무의미해 보이는 글들을 왜 저렇게 많이도 쓰나 싶었던 블로거들은 알고 보니 나름의 선구자들이었으며
언론사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성을 갖추고 수많은 호위무사들까지 거느리며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었나…
쓰레기들이라 생각하고 기레기라 여겼던 그런 호위무사들에게 절로 리스펙이 생겨날 정도고 이 거대한 세계를 관장하는 구글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글 쓰는 것은 너무 어렵다.